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웹툰작가를 꿈꾸던 아들내미가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 <아기공룡둘리>, 만화와 노래에 대한 느낌과 기억은 명랑하고 따스함 그 자체였기에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책의 표지가 왠지 흉측하게 느껴져 마음까지 긴장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신 신인 만화가였던 최규석 작가의 만화적 상상력에 빨려 들어갔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아들이 왜 이 책을 나에게 권했는지 이해가 됐다. 늘 사회의 그늘을 챙겨보고 소외되거나 아픈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에 함께하려는 나의 모습과 최규석 작가가 이 만화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의 공통점을 아들은 발견했나 보다.

만화에선, 아기공룡 둘리가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되어 있었다.
청년 둘리는 외국인 노동자로 손가락이 잘린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또치는 동물원으로 팔려갔고 희동이는 폭력배 사고뭉치가 되어버렸다. 철수는 더 이상 순수하고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이 둘리를, 또치를, 희동이를 철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잔인했던 내용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시대의 어두운 자화상들이었다.

살아가면서 슬프고 어렵고 무거운 삶의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고 좀 더 희망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파고드는 작가의 시선에서 오히려 희망을 본다.

최규석 같은 작가를 통해 세상의 단 한 사람만이라도 눈물을 닦아내고 미소 지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