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祈願)은 소원(所願) 또는 소망(所望)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계속해서 기원하고 또 기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이프러스’ 섬사람으로 못 생겨 결혼을 못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원하는 여인의 이미지를 상아로 깎아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애틋하게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을 걸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살짝 키스도 했다. 그리고는 항상 “제가 만든 상아 처녀처럼 사랑스러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하게 기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차갑던 상아 입술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딱딱했던 상아가 말랑말랑해 손끝에 처녀 가슴의 고동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결국 ‘갈라테아’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고 두 사람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축복과 ‘사이프러스’ 섬사람들의 축하 속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원이 통했던 것이다.

천불천탑의 절 운주사 일원에 서 있는 불상들은 거의 코가 없다. 항간의 속설을 믿고 자식을 얻지 못한 많은 부부들이 그 부처의 코를 떼어다 갈아 마시면서 ‘제발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간절한 기원을 했기 때문이란다.

여섯 살 때부터 8년 동안 정월 대보름날이면 나는 어머니를 따라 동복면의 어느 마을에 사는 당골어메 집에 다녔다. 5km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서 어머니는 신당에 예물을 바치고 무언가를 정성껏 빌고 기원하셨다. 이제야 생각하니 어머니의 간절한 그 기원 덕으로 나는 지금껏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 아이들은 벽에 양말을 걸어놓고 산타크로스할아버지가 자기에게 좋은 선물을 가져다주길 간절히 기원하며 잠이 든다. 또 외동으로 크는 아이는 엄마아빠가 어디선가 예쁜 동생을 데려다주기를 기원한다. 청년이 되면 자기 이상에 맞는 짝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어느 신에게 날마다 기도하고 그 짝을 만나면 영원토록 함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열쇠에 이름을 적어 잠근 후 걸어놓는다. 그러다 부모가 되면 오로지 자식 잘되게 해달라고 빌 만한 곳, 기댈 만한 모든 신에게 빌고 또 빈다. 수능의 계절이 되면 절에 가 백일기도를 하고, 수능시험장의 교문에 엿을 붙여놓고 자기 자식이 좋은 성적을 얻도록 해달라며 추운 곳에서 하루 내내 기원을 한다.

이러한 기원은 원시시대부터 있어왔다. 점복(占卜), 예언(豫言), 치병(治病), 제의(祭儀), 사령(死靈)의 인도(引導) 등을 행하는 주술･종교적 직능자인 샤먼을 중심으로 부족의 안녕･번영을 기원하던 샤머니즘(shamanism)과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고 그 앞에 무릎 꿇고 복을 기원하는 애니미즘(animism)이 그것이다.

우리 군의 북면 백아산 마당바위에는 늘 누군가 몰래 조상의 무덤을 써 놓는데 심한 가뭄이 들면 주민들은 그 무덤을 파버리고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고, 나라 전체에 더 극심한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살 수 없게 되면 왕이 침식을 거른 채 천지신명께 비를 내려주십사고 기우제를 모시며 기원을 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모든 종교에서 교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께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현세의 복된 삶은 물론이고 내세에서도 더 평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고 또 비는 것이다.

나는 요즈음 날마다 세 가지를 기원하며 잠이 든다.
하나는 화순야학에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7~80세의 나이 많은 학생들이 4층까지 올라오기가 너무 힘들어 후유가락을 치고 층마다 쉬면서 겨우 오르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 화순야학 대표 김지유님에게 힘이 생겨서 야학교실을 2층으로라도 옮길 수 있게 되기를’, 또 하나는 북미관계와 남북의 관계 개선 및 자유왕래가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 죽기 전에 북한을 이곳저곳 여행할 수 있길, 다른 하나는 아베총리를 비롯한 몰지각한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우리 화순군민들은 새해에 무엇을 기원할까?
군수를 중심으로 모든 군민이 합심 노력하여 다른 어느 시·군 못지않게 발전하는 군이 되기를, 군민들 모두의 소득이 늘고 자연환경이 개선되어 보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자녀들이 부담 없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기를, 밤에도 마음 편히 외출할 수 있는 안전함이 유지되기를 기원한다.

그중 가장 큰 기원은 건강이다. 화순읍내를 제외한 지역의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들은 칠팔십 평생을 가난 속에서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몸은 골병이 들고,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많은 분들이 아침저녁으로 약을 한 움큼씩 먹고 있다. 몸 좋아지라 먹는 약이 몸을 해칠 정도다.

우리군은 백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제 지역민 개개인의 건강을 세심하게 보살펴주어야 할 때다. 우리 군민들의 간절한 기원이니까.
그간 군의 노력으로 각 읍면에 보건지소와 복지회관, 운동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보건소의 소장과 간호사들은 친절을 다해 주민의 건강을 돌봐주고 있으며, 집에 찾아와 노인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까지 다각적인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농사일을 하다 크게 다치거나 보건소에서 도와줄 수 없는 병에 걸린 주민들은 병원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럴 때 다가오는 구원의 손길, 행정기관의 보살핌은 해당 주민들의 간절한 기원을 들어주는 천사의 미소가 된다.

더불어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그리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려움과 아픔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공무원들의 손길과 이웃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최소한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소박한 기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나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