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도 소녀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닳아지다가 사라진 여인.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이자 우주’ 그 자체였다.

엄마를 잃은 지금에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신의 음성처럼 준엄한 목소리에 쫓겨 다니던 주인공 ‘너’는 어느 날 이태리 여행길에서 로마의 베드로 성당에 있는 피에타상 앞에 선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아들 예수의 시체를 무릎으로 받치고 가슴에 끌어안은 마리아의 모습 말이다. 거기서 주인공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어머니를 부탁한다.’고 중얼거린다.

예수의 모친 마리아는 빌라도의 법정에서부터 아들의 행렬을 뒤쫓아 가 몇 번이나 실신하면서도 아들이 십자가 위에서 처형되는 광경을 가슴을 쥐어뜯으며 내내 지켜보아야 했다. 가시관을 쓴 머리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딱지가 앉아 있었다. 어려서 자신의 팔에 누이고 잠을 재울 때 송골송골 땀이 맺혔던 그 머리를 지금은 그 땀 한 방울 닦아 줄 수가 없다. 축 늘어진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했고 벌거벗은 온몸은 짓찧어진 짐승처럼 핏물이 여기저기서 골을 이루며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예수는 바로 이 상황에서 자기의 발밑에 정신이 나간 듯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서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그 어머니를 부탁한 것이다.

참혹한 상황에서의 마리아와 예수, 이 母子의 대화는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이 곧 모성이며, 그에 대한 최상의 마음가짐이 곧 어머니의 안위를 잊지 않는 것임을, 신경숙 작가는 이 소설에 이렇게 세련되게 아프도록 형상화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