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경상남도 마산으로 여행을 가서 보았던 새까만 바다, 배에서 새어나온 기름과 많은 공장의 폐수 때문에 바닷물에는 자잘한 고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산을 지나 경주로 가는 도로는 넓고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인도에는 보도블록이 깨끗이 깔려있고 가로수가 보기 좋게 심어져 있었다. 당시 우리 전라남도에는 포장된 도로가 거의 없었고, 인도도 구분된 곳이 없었으며, 보도블록은 구경도 못했으나 산천과 바다는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영남 쪽은 온통 개발바람에 자연 상태가 망가져버렸고 호남 쪽은 자연 그대로였던 셈이다.
그런데, 나는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최근 들어 지인들에게 “야! 7~80년대 위정자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지역과 수도권에만 개발 투자를 집중해 우리 호남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말 다행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화순의 자연환경이 대부분 깨끗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늘 행복해하고 있다. 그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 고장의 풍광과 맑은 공기가 폐암으로 쓰러졌던 나를 8년 만에 다시 일으켜주어 제2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이쪽을 개발하지 않고 공해산업을 모조리 다른 쪽에 쓸어다 부어놓은 위정자들에게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화순에는 몇 개면에 농공단지가 들어와 있지만 광주 인근이면서도 깨끗한 공기 질과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보존되고 있다. 광주에서 너릿재를 넘어오면 공기냄새가 다르다.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화순팔경과 각 읍면에 산재한 편백숲, 오감길 등 여러 힐링 장소,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자연의 미가 더 보태지 않아도 이대로 좋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랜 동안 타지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온 내 고향 화순,
산천이 유구하여 그것만 다행으로 생각했더니, 실상은 안타까운 면도 많다. 동복댐, 주암댐 탓으로 걸핏하면 짙게 낀 안개 탓에 농작물의 성장 장애는 물론 주민들의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뿐인가? 물이 줄어든 냇가에는 그 많던 빠가, 메기, 붕어, 피리가 다 사라지고 여름이면 개똥벌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함부로 사용한 농약과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 탓이리라.
그런데, 어느 날 밤 나는 하늘을 쳐다보고 그 안타까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휘영청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밝은 빛을 어두운 대지에 쏟아 붓고 있는 그 달의 전후좌우에는 수많은 별들이 다양한 별자리를 만들어놓고 달님에게 옛이야기를 속삭이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매연과 조명 불빛으로 언제나 하늘이 희뿌연 도시에서는 감히 기대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밤하늘의 정경, 이것이 우리 화순의 밤이다.
그 정겨운 밤하늘이 냇가에 물고기가 없어서, 고향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겨서 그리고 밤이면 개똥벌레가 한 마리도 날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내 마음을 따뜻이 어루만져주고 달래주었다.
그래 아직 희망은 있다.
이렇게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군민들이 고향사랑에 더 힘을 쏟는다면 옛날의 그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농약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와 오물 제대로 처리하고, 폐비닐 제멋대로 태우지 않는다면 우리 화순의 논에는 옛날처럼 메뚜기가 지천이고, 논둑에는 개구리가 뛰고, 뱀이 기고, 빠가, 메기, 붕어, 피라미와 소시랑피리(쉬리)가 떼 지어 헤엄치는 냇가에는 수많은 청둥오리와 원앙 그리고 왜가리가 찾아와 사랑을 나누며, 밤이면 쏟아지는 달빛, 별빛 아래 개똥벌레들이 유성처럼 빛의 잔치를 벌일 것이다.
아니 벌써 실제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군수는 꼼꼼하게 군 구석구석을 보살피는 군정을 펼치고, 공무원들은 친절하게 군민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며 오염 예방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덕에 시냇물에는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민물새우와 다슬기가 자리 잡고 살기 시작했고, 수초 위에는 검은 물나비가 수십 마리씩 날고 있으니 분명히 머지않아 그 옛날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되찾은 내 고향 화순이 될 것이다. 거기다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군민을 계도하고, 공장과 산골마을까지 직접 나가 우리군의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리 다가올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언젠가 소리 없이 찾아올 그 날을 상상하면 나는 행복하기 그지없다. 거기다 마음이 순하고 항상 서로 돕고 아끼는 이웃들과 함께 살고 있어 나는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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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 -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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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지 -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