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수 잔혹사’의 연결 고리를 끊고 건강한 해남을 만들어 가려면 구충곤 화순군수를 찾아가보면 어떻겠냐는 기고문을 본지에 올리며...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자 3대 왕이었던 태종 이방원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에서 권력을 장악한 후 왕권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나라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세종은 정치적인 내우외환 없는 가운데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을 발달시키고 문화예술을 꽃 피우는 정치적 업적을 쌓았다.

우리 화순군은 민선3기(2002년)부터 5기(2010년)까지 화순군수는 모두 6명이었다. 총 3번의 동시 지방선거가 있었고 같은 횟수로 재선거를 치렀다. 세 명의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 했고, 또 한 명의 군수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돼 군수 자리를 비웠다.
이렇듯 정치적 불안정, 이권에 의한 민심의 분열 등으로 정치적 수준이 낮은 군민이라는 비난과 질타의 소리를 여론과 타지역민들로부터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민선6기부터 정치적 불안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민선 7기에 들어서는 더욱 확고히 군정안정과 군민화합이 굳어지고 있다. 이 안정을 바탕으로 군의 경제와 복지, 문화, 교육 정책들이 하나하나 수립되고 추진되어 나가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관과 기관단체들도 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담당하고 있다.

이에 군민들과 그동안 안타깝게 우리 군을 바라보던 타지역민들의 정치적 불신과 걱정을 해소했음은 물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공한 지자체의 사례가 되어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선진 화순군으로 인식이 전환되어가고 있다.

현 전남대 교수이자 前 대한지리학회장을 역임한 이정록 교수의 기고문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화순군 민선 7기 100일이 넘어섰다. 이 기고문이 현 화순군 정치문화와 화순군의 정치수장인 구충곤 군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여겨 본지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자체장 리더십과 지역 발전은 불가분(不可分) 관계다. 리더십이 좋으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대가 된다. 해남이 그런 경우다. 해남은 민선 3기 이후 취임한 군수 3명 모두를 교도소로 보냈다. 한때 전남 최고 군세(郡勢)를 뽐냈지만 지금은 2위로 밀려났다. 이런 이유로 해남은 지난 6.13 지방선거 때부터 필자의 관심 지역이었다. 어떤 군수를 뽑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최근 민선 7기 지자체장 취임 100일이 지났다. 명현관 군수 취임 100일이 궁금해 최근 해남을 찾았다. 필자는 명 군수와 일면식도 없는데 말이다. 군청 앞 군민광장은 북적거렸다. 광장엔 산책하는 주민이 제법 보였다. 문화예술회관 로비엔 노인과 중학생이 많이 있었다. 3층 문화의 집엔 무료 와이파이가 잘 터져 왔다는 초등학생들이 게임에 열중이었다. 5층 군립도서관엔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중⋅고생들이 많았다. 여느 군청사 모습과 딴판이었다. 광장을 만든 민화식 전 군수 혜안이 돋보였다.

읍내 주 간선도로인 중앙 1⋅2로는 도회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상점 쇼윈도는 전남대 후문 상가 모습과 흡사했다. 군청 앞 사거리엔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6층짜리 신축 건물이 들어섰다. 건물 1층과 2층에 유명 브랜드 커피 매장을 11월경 오픈한다는 광고판은 이곳이 광주 상무지구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해남이 어째서 ‘군수 잔혹사’의 본향(本鄕)으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매일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니오 잘할 꺼요. 사람이 다른디.” 명 군수가 잘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매일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할머니 대답이다. 닭튀김을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상인 예닐곱 명 반응도 엇비슷했다. ‘삼치회 원조집’을 자처하는 식당 주인은 “전임 박 군수도 평은 좋았는데 운이 없어 잘못 꼬여 그랬다. 명 군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니 잘할 것이다”고 했다. 외곽 도로가 뚫린 후 장사가 안 된다는 푸념을 섞었지만 명 군수가 구겨진 군민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명 군수는 시장 사람들 희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할 것 같다. 몇 가지 증거 때문이다. 명 군수는 수백억 대 재력가다. 전남 22개 지자체장 중 재산 순위 3위다. 적어도 돈과 관련된 잡음은 만들지 않을 듯하다. 교회 장로라 술은 입에도 못 댄단다. 그 흔한 고스톱도 안친다고 한다. 평판을 중시한다고 한다. 전남도의원 8년과 전남도의회 의장 2년간 아무런 잡음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이런저런 비리에는 엮이지 않을 성싶다.

장사가 잘 되길 바라는 시장 사람들 바람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니 장사가 잘될 리 없다. 해남 인구는 1968년 23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2013년 무안에 1위 자리도 빼앗겼다. 전국 출산율 1위라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훈장도 인구 유출을 막지 못했다. 재정자립도(2016년)는 전남 22개 시⋅군 중 꼴찌에서 넷째다. 한때 ‘군세 1위’를 자랑했던 해남의 초라한 모습이다. 화타와 편작을 모셔 와도 어려울 게다.

이런 상황에서 명 군수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다. 구충곤 화순군수를 배우는 거다. ‘군수 잔혹사’를 종식시켜 군민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화순은 해남보다 더 추한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다. 민선 3기∼5기까지 취임한 화순군수는 6명이나 된다. 3명이면 됐는데도 그랬다. ‘부부 군수’와 ‘형제 군수’를 탄생시켜 희극(喜劇) 같은 비극의 지방 정치사를 쓴 곳이다. 하지만 구 군수는 질기고 질겠던 군수 잔혹사의 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

구충곤 군수는 임기 중 어떤 잡음도 만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통합에 애썼다. 그래야 화순의 지속적 발전이 담보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 부인을 군정에 참여시키는 배려도 보였다.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는 여러 요소를 제거해 ‘하나 된 화순’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군민들은 구 군수의 리더십에 환호했고 민선 7기 화순 군정을 다시 일임했다. 구 군수의 리더십 덕분에 민주당이 화순에서 도의원과 군의원 모두를 석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더가 바뀌니 지역사회 모습이 바뀐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지속적인 지역 발전은 건강한 지역사회 리더십이 축적될 때 가능하다. 지역사회 리더십이 불량하면 지역은 침체 늪으로 빠지기 일쑤다. 그런 사례는 국내외에 부지기수다. 명현관 군수가 ‘해남군수 잔혹사’의 연결 고리를 끊어 건강한 해남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도의원 선배 출신인 구충곤 화순군수를 지금 당장 찾아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