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작년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되기 직전 보았던 어느 유력중앙지의 기사제목이다.

김영란법으로 공직자나 기자들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이 5만원,식사 대접 비용은 3만원으로 정해진 것 등에 언론들이 반발하며 내놓은 기사제목 중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우르과이라운드협상이나 자유무역협정 등 농민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당할 때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미국이나 정부입장을 두둔하며 농민들의 요구를 세상물정 모르는 이기심쯤으로 매도하거나 모르쇠 하던 주류언론들이 갑자기 농민 편을 들고 나서서 다소 어리둥절하고 헛웃음이 나던 기억이 새롭다.

논지는 김영란법으로 인해서 한우나 굴비가 덜 팔리게 되므로 수입이 줄어들어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말이었다.

일부 농어민단체들도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하면 안 된다"고 반발을 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는 "농어민의 어려움을 방패막이 삼아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라"며 오히려 이 법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기도 하였다.

특히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이미 농촌은 몰락할 대로 몰락했다. 김영란법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다"면서 "물론 일부에서 손해를 보는 농가도 있을 수 있지만, 5만 원 넘는 소고기를 선물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국 농업이 망하거나 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정. 관계, 재계 및 주류 언론이 농업을 핑계로 위기감을 부추기는 것을 질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다.

실제로 이 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이른바 ‘정’이라는 것으로 치장되며 관이나 학교 등에서 뇌물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악습이 많이 사라졌다.

심지어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특히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김영란법이 교육 현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 학부모가 10명 중 9명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학부모와 교직원 80%가 "촌지 관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고 하니 이 법의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이른바 ‘공정한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기업의 경우도 보면, 김영란법 시행을 전후해 접대비가 한 분기 평균 2천만 원 가까이 준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농가와 자영업자들을 위해 김영란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즈음에는 일부 농업계인사들은 물론, 농림축산부 장관, 심지어 총리까지 나서서 청탁금지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어 이러한 주장이 한층 탄력을 받는 느낌이다.

한 끼 식사값을 5만원으로 올리고 ,선물금액도 너무 적으니 10만원 쯤으로 올리자는 등 허용가액을 조정하자는 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끼에 3만 원짜리 식사를 하거나 5만 원 정도의 선물이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한 우리 같은 서민의 입장에서는 ‘농가와 자영업자’를 양념으로 꼭 끼워넣는 이러한 주장에 얼른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촌지나 향응에 익숙해 있던 특히 의원나리들을 포함한 일부 관료들이나 기득권을 누려온 거대언론사 기자들의 푸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더 커질 뿐이다.

물론 이 법으로 인해 농업, 어업, 축산업계에 어느 정도 손해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대다수의 농,어,축산농가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보도들을 보면 5만원 이하의 명절상품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시들했던 한우의 인기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농,어가나 자영업자에게 혹시 어려움이 있다면 차제에 새로운 상품과 선물세트를 개발하고 보다 선진화된 홍보. 마켓팅 등의 노력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다시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나 지자체도 이러한 노력을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까지 잡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모처럼의 노력과 긍정적인 측면을 애써 무시하고 아주 작은 문제들을 침소봉대하며 이 법을 차근차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혹시라도 이러저러한 주장에 숨어 있다면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도 명절 등을 빙자하여 과도한 선물과 촌지를 주고받는 공직사회의 악습이 여전히 있지 않은지 감시의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