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환경은 2000년 들어 농산물 수입 자유화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한칠레를 필두로 EU, 미국, 터키, 호주 등 약 50여개의 나라와 FTA가 체결, 발효된 상태다. 이는 농산물의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해를 거듭 할수록 수입 농산물은 봇물처럼 밀려 온다. 국적 불명의 무분별한 먹거리 또한 점점 늘어만 간다. 글로벌푸드, 패스트푸드, 유전자 조작식품 등은 우리 음식문화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고, 값이 싼 식재료, 각종 인공 첨가물, 고칼로리의 음식은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먹는 식습관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되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규모는 커져만 간다. 현대인은 건강한 식단을 위해 고민은 많이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허기 보다는 주로 맛의 쾌락을 위해 음식점을 찾는다. 맛의 비밀이 좋은 식재료인지, 손맛 또는 조미료 때문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1회성 식품에 길들여지고,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쌀나무에서 쌀이, 계란공장에서 계란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한다. 하루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패스트푸드가 인기 메뉴다. 싸고, 먹기 편하고, 맛있고, 빨리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패스트푸드는 안전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요리되는 과정은 잘 알지 못한다. 도시민들은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고, 어떻게 공급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食습관과 食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로 우리의 밥상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음식문맹, 음식시민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문맹은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먹는 사람을 가리키며, 음식시민은 적어도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알고 먹는다는 내용이다.
아침밥상에 올라온 반찬, 점심때 먹는 각종 메뉴, 저녁식사, 야식, 술자리에 먹는 음식 등 과연 우리는 하루종일 섭취하고 있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생각 하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고 무심코 먹지는 않은지?
중국집, 일반음식점, 술집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음식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먹는가? 그저 맛있다, 한번 먹어보자, 누가 맛있다고 하더라, 한번 가보자 등 음식의 본질보다는 경험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 하나하나에 신경써가며 물어 볼 시간도 없다. 자기의 건강과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제대로 알고 먹는 식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슬로푸드를 소개한다. 슬로푸드는 미국의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일어난 운동으로,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해 전통음식을 위협하자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 보존 등의 가치를 내건 식생활운동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에서 자란 음식, 제철 음식, 발효 식품 등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농협에서 도시민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식사랑농사랑 운동도 슬로푸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식생활과 농업·농촌의 가치를 위해 전통한식, 가정식의 우수성, 몸에 좋은 로컬푸드, 건강한 먹거리, 색깔음식 건강법 등 다양한 식문화를 찾고 계승하는 사업이다.
우리의 먹는 주권을 해외에 점점 더 빼앗기고 있다.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제는 음식도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좋은 음식은 사치가 아니라 자기 권리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한끼 때우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농업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루동안 내가 먹는 음식을 한 번쯤은 되돌아 볼 때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가 훌륭한 음식을 만든다. 외국 자본에 의해 밀려오는 수입농산물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몸에 좋은 신토불이를 즐길 것인가는 나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