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아니 이제 넌덜이가 난다.

엊그제 대선 후보자 TV토론을 본 사람들이면 열에 여덟, 아홉이 고개를 내젖는다.

종북몰이와 안보프레임 속에 갇혀 쩔쩔매는 이른바 진보후보들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대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여 선거판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곤 했던 ‘안보팔이’와 ‘색깔논쟁’이 어김없이 이번 대선판에도 다시 등장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치러진 두어 차례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후보자의 능력, 자질 및 정책 등을 꼼꼼히 검증하기보다, 이렇듯 횡행하는 안보팔이와 색깔론 때문이라는 말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자신이 ‘진짜 원조 꼴통보수(?)’임을 내세워 보수층의 표심을 잡겠다고 나선, 촛불에 쫒겨 난 전 대통령이 아직도 당원인 모당 출신 후보의 행태가 가관이다.

지사직 꼼수사퇴,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 여성비하에다, 최근에는 돼지흥분제 운운하며 과거 성범죄 미수사건의 공범임을 자처하여 여성들은 물론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이로 인해 상대후보들과의 토론에서도 왕따를 당하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등, 이 후보는 이래저래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저질(?)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것도 기가 막히지만, 그저 입만 열면 종북타령, 안보타령으로 상대후보를 흠집 내는데 골몰해 있으니 빨간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이 역겹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가 속했던 이전 정권의 안보무능과,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탕진하고 도적질한 방산비리는 차마 입에 담기에도 민망하다.

또 친일·독재세력의 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면서도 감히 ‘바른 당’을 참칭(?)하는 당의 모 후보도 그럴 듯한 말솜씨로 안보팔이를 일삼으며 상대당의 후보를 깎아 내리기에 급급해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거 자신들이 속한 당과 정부가 저지른 온갖 비리와 못된 짓에 대한 반성은 놔두고라도 ‘바르기는 커녕 구태가 의연하고 참 야비하기까지 하다’는 생각과 함께 ‘오죽 급했으면 그러겠는가’라는 동정론까지 나올 정도로 실망스럽다.

그런데 이런 시대착오적인 안보팔이 종북타령에 은근슬쩍 동조하면서 보수층까지 공략해서 기어코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어떤 유력후보도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불쾌하다.

애초에 ‘새정치’를 외치며 현실정치에 입문했던 분인데다, 언제는 ‘촛불’에다 ‘5월정신’을 들먹이며 스스로 개혁적임을 내세웠고 ,여전히 우리 지역에 오면 ‘김대중 정신’, ‘호남정신‘까지 말하곤 한다.

그러더니, 어느새 촛불이 몰아낸 적폐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도 죽을 맞추며 ,심지어 종북타령, 안보팔이 전문인 이 세력들과 연대까지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뭇 종잡기가 어렵다.

어쨌든, 안보를 색깔론의 구실로 삼아 득표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오히려 안보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범죄행위이다.

때문에 이러한 행태는 국민의 생존과 안전보다 당선만이 목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또 하나의 적폐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맞서 연인원 1,600여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적폐청산’과 ‘새로운 한국사회 건설’을 염원하며 무려 몇 달 동안이나 줄기차게 촛불을 들었던 ‘촛불시민항쟁’으로 인해 비상하게 치러지고 있다.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실현되었던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복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시대로 진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최근 북핵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미·중, 북·중 간의 대립과 갈등에서 보듯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이고 최악의 적폐인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보수든 진보든 이제 낡은 사고와 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종북이네, 아니네’ 하는 유치한 말싸움보다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 ,동북아의 핵무기 경쟁과 자칫 민족절멸까지 불러올 북핵을 포기하게 할 방도는 무엇인지, 나아가 동북 아시아의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는 대선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70여 년이 넘게 우리 민족을 옭아매고 있는 분단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 갈 길을 제시하는 후보야말로 촛불민심의 최종적인 선택을 받을 것임을 각 당과 후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성인 대표: 010.3607.0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