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찬기운이 남아있는 우수 경칩 지절이다. 온 나라가 AI,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이 있지만 어김없이 영농철은 다가오고 있다.

겨울동안 보관했던 각종 농기계를 수리하여 논밭을 갈고, 복토를 하고, 좋은 씨앗을 골라 금년 농사를 계획하는 중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환경이 변하여 예전처럼 농사를 지을 경우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농산물은 전통적으로 산지수집상과 도매시장을 경유하여 유통되어 왔다.
규격화 되지 않은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집분산하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높은 유통마진과 가격 불안정 등의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생산자소비자 모두가 농산물 유통개혁을 요구하게 되었고, 대형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여 규모화, 규격화, 상품화를 내 세운 대형마트를 도심권을
중심으로 확산시켜 왔다.

농림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93개에 불과하던 대형유통업체의 점포수가 2015년에는 500여개에 달했고, 전체 농산물 거래량도 9.8%에 불과했던 비중이 현재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농산물을 선택하는 시대가 온 것을 의미한다.

생산자가 자기 마음대로 농산물을 만들어 놓으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만들어 내어야만 팔리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즉 소비자 중심적이고 시장 지향적인 농산물의 생산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DDA, FTA 등 세계경제가 자유무역 형태로 변화함에 따라 농산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입농산물에 밀려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이제 농산물 수출도 수입국에서 원하는 품위와 규격에 맞는 맞춤형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

고흥의 유자차가 중국과 일본 등에 한해 약 600만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경우가 그 좋은 예다. 철저한 개별 마케팅을 통해 성공한 것이다.

또한 트렌드가 중요하다. 요즘 사회는 핵가족 시대다. 농산물을 소비하는데 있어 양은 줄고,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안전성 등을 매우 중요시 하고 있다.

이를위해 예냉예건저온저장 등 수확후관리기술 향상을 통한 상품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공동선별공동계산도 이제 필수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씻지 않고 먹는 사과, 살균 처리된 씻은 고구마, 1인용 수박, 4조각으로 나눈 배추, 전처리 과정을 거친 각종 샐러드 등 수많은 농산물이 소비자 욕구에
맞게 개발되어 유통된다.

딸기 예냉을 통한 소포장 저온유통으로 시장에서 높은 값을 받고 있는 경우나, 학교급식을 겨냥한 친환경 농산물 생산, 로칼푸드직매장 운영 등이 다 소비자의 요구와 직결되어 있다.

지금은 농산물 과잉시대다. 농업인들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나 타지역 농산물과 경쟁하자면 품질이나 서비스 면에서 차별화 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농업인 스스로가 소비자를 생각하며 영농을 준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