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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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들은 有限 한 것.
자신에게 주어진 분수를 알고, 겸손하게 살다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詩


김춘수(金春洙, 1922 ~ 2004)

시인.
경남 통영 출생.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서 ‘인식의 시인’으로 불린다.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1948), “꽃의 소묘”(1959), “처용”(1974), “쉰한 편의 비가”(2002) 등이 있다.
문단에서는 순수시 이론과 이 계열의 작품으로 영향력을 발휘. 1966년 경상남도문화상 수상.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이 되어 문공위원으로 활동. 그 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임. 1997년 제5회 대산문학상, 1998년 제12회 인촌상 수상. 2004년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수상. 그 해 11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