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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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선생이 가신 지 1週忌가 되는 달이다.

첫 인터뷰할 때, 아버지 같았던, 온화했던 첫 인상과, '國語정신'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목에 핏줄이 돋으시도록 열변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다.

하늘나라에서도
詩를 쓰고 계시지요?

‘...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태풍을 예고하는 비가 내리는 날.
선생을 기리며 선생의 ‘9월의 시’를 띄워본다.

문병란(文炳蘭, 1935년 3월 28일 ~ 2015년 9월 25일)
대한민국의 시인.

화순에서 태생. 1961년에 조선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이 3회 추천 완료하여 문단에 나왔다. 1988년에 조선대학교 국문과 조교수에 임용되었다가 2000년에 교수가 되었다. 19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1996년 5.18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1979 전남문학상, 1985 요산문학상, 2001 문학춘추사 한림문학상 ,2003 구례군 평화문학상, 2009 제1회 박인환 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