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鳳仙花)

김형준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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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작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봉선화’.

많은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나는 ‘死의 찬미’라는 영화속에서 윤심덕으로 분(扮)했던 배우 ‘장미희’가 부르던 ‘봉선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실제의 목소리는 다른 성악가의 것이었지만...
일본노래를 요청한 일본 고위관료들 앞에서 “내 나라의 노래를 부르겠다”며 ‘봉선화’를 부르던 장미희의 당당하면서도 아름다운 표정도 그러했거니와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한 ‘봉선화’ 가사와 멜로디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자아냈었다.

오늘은 시로 지면에 소개하는게 아쉽다.

퇴근하면 지금쯤 어느 토담아래 울긋불긋 꽃피우며 여인들을 유혹할 봉선화를 찾아나 볼까?...

김형준(金炯俊, 1884 ~ 1951)

황해도 안악 출생
일제 강점기의 음악교육가이자 관악주자이며 성악가이다.
김인식(金仁湜)·이상준(李尙俊)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교사이기도 하다.
지금의 세대는 어떠할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흥얼거렸을 ‘봉선화’는, 1919년 홍난파(洪蘭坡) 작곡의 바이올린곡 「애수(哀愁)」에 김형준이 가사를 붙였다. 일제강점기, 핍박받으며 항거하는 우리민족의 설움을 봉선화에 비유해 쓴 시라고 알려져 있다.
김형준 선생은 국악을 채보 및 오선보로 옮기는 작업을 하기도 하였으며, 우리나라 근대 양악사를 개척한 동시에 전통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양악과 국악의 재통합을 시도했다는 음악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