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를 위하여

이응인

아무도 봐 주는 이 없을 때
꽃 언저리에도 못 끼어 눈물겨울 때
돌아봐.

엇비슷이 생긴
얼마나 많은 네가
들판에서 흔들리며 웃음 짓는지.

골목 끝에 선 바람도
네 숲의 속살을 흔들고 나와서야
향기로운 육신을
풀밭에 누이는 걸.

아무도 봐 주지 않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너로 인해 꽃이 되는지
가만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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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발칸반도 크로아티아에 갔을 때, 시골마을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밭을 보았다. 우리나라 풍광과 몹시도 흡사한 황토가 있는 둔덕에 개망초는  7월의 따가운 햇살도 느끼지 못하는 듯 하얀 자그마한 꽃을 잔잔한 살랑거리는 바람에 맡겨두고 그렇게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었다.

아무리 짓밟고 베어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며 다시 피어난다는 개망초.
아마도 시인에게 개망초의 아름다운 생명력은,

‘아무도 봐 주지 않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너로 인해 꽃이 되는지
가만히 봐.’

이런 시구를 떠오르게 했는지도...


이응인(1962년 4월 6일 ~ )

시인이자 교사
경남 거창 출생.
초등학교 4학년 때, 저녁이면 아이들을 불러 숙제를 봐주고 밤하늘 별자리를 짚어 주시던 선생님을 만나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꾸었고, 지금은 교사가 되어 공부와 경쟁에 부대끼는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내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1987년 무크지 <전망> 5집에 ‘그대에게 편지’ 외 7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이후 ≪투명한 얼음장≫, ≪따뜻한 곳≫, ≪천천히 오는 기다림≫, ≪어린 꽃다지를 위하여≫, ≪그냥 휘파람새≫ 등의 시집 발간.
시인은 교사로 살아오면서 만난 눈 맑은 아이들과 변방의 땅 밀양의 이웃들, 그 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새와 나무와 풀꽃들, 핵발전을 위한 송전탑을 막으려는 밀양 할매 할배들의 목소리를 시로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