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 부르지 마라.
-관허스님-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밤이면 한권의 시집을 들고
촉촉한 그리움에 젖어
가끔은 잊어진 사랑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고 싶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 같은 입술이 달싹이면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
--------------------------
속세를 떠난 젊은 스님이 세속인의 마음을 궤뚫어 본 듯한 시.
하지만 읽을수록 공감이 가는 진솔한 시이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 선 인간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 오십대의 삶은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인생을 기쁨으로 날아갈 수도
슬픔으로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
한 사회에 일원으로서
강하고 부지런한 나이입니다
..............
인생에 있어 사 오십대는
인생을 크게 펼쳐 볼 나이입니다.
...............
사 오십대여
당신 앞엔 희망이
당신 뒤엔 젊음이 있습니다.’

시인은 그의 다른 시 ‘사 오십대는’에서도 이렇듯 간결하고 사실적인 시어로 중년들에게 희망을 선물해주고 있다.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인간의 외모야 누구나 젊음이 가면 시들지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하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오십대는
잘 숙성된 포두주 빛깔같은 내면세계가 밖으로 표출되는 시기이다.
중년들이여!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관허스님(1975~ )
승려, 북한산 태고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