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남교육청에서 뒷돈을 받고 장학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연루된 출제위원 장학사 1명은 자살했고, 3명은 돈 받고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교육감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 자살을 기도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과 그 측근들이 승진 비리를 저질렀다가 무더기로 사법처리를 당한 것이 불과 3년 전인데, 다시 인사 비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인사 관련 비리와 추문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고들 하니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무어라 해야 할지 난감하다.

교육자 집단은 사표(師表)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계에 매관매직과 관련한 적폐(積弊)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교육계에서 매번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 이면에는 현행 초·중등 교원 승진 제도 내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 끊임없이 처벌당하면서도 장학사 임용 비리가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은 장학사에 대한 특전 때문이다.

일단 합격하면 고속 승진이 보장된다. 장학사 경력이 없는 평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는 25년 이상 걸리는데다 자리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장학사로 5년 이상 근무하면 교감·교장 승진 자격과 함께 근무 조건이 좋은 소위 ‘물 좋은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 임용의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많은 교사들이 교육전문직(장학사, 교육 연구사) 진출에 목을 매는 건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교사가 근무평정에서 도서벽지 근무 등 각종 가산점을 취득하여 교감으로 승진한 뒤 교장이 되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교사가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 장학사로 일정기간 근무한 뒤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학생들을 충실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교사가 전문직 시험을 치르지 않고 교감이 되려면 200점 만점 가운데 100점에 해당하는 근무평정 점수를 학교장으로부터 만점에 가깝게 얻어야 하며, 나머지 가산점도 각종 연구대회를 비롯해 벽지 근무점수 등 무려 20여 가지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야만 겨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직 시험은 교과별로 다르겠지만, 1~2명 선발의 관문을 뚫으려면 수업과 학생 지도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최소 5년 이상을 유명 강사 특강을 들으려고 학원을 전전하고, 밤낮으로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만 한다.

더구나 시험 문제가 주로 주관식 서술․논술형이기 때문에 예상 문제 정보를 얻기 위해 각종 인맥을 동원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비리가 싹틀 수 밖에 없다.

드러난 비리를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리의 소지를 미리 없애는 일이다.

정책 당국은 하루 빨리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선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 1차 시험을 시·도 교육청 공동출제·공동 전형 관리 체제로 전환하고, 필기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브라인드(blind) 면접과 현장 평판 실사 및 실무 역량 평가를 강화하여 비리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전문직이 교원으로 ‘전직(轉職)’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신 전문직 출신도 승진 시에는 교단 교사와 함께 승진 전형을 거치게 하되 전문직 경력 점수를 높여 주면 된다. 그래야 전문직이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승진을 위한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방책들은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이 교장․교감과 교사 간의 ‘근무 조건 격차’를 해소하고 ‘교장 임기제’를 ‘단임제’로 바꾸며 ‘자격증과 무관한 내부형 공모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필자의 견해는 보다 근본적으로 교장․교감 임용 방식을 현행 ‘반종신적 직책승진제’에서 ‘직급보직제’(자격증 철폐)로 변경하여 교단이 ‘승진 전쟁터’가 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즉 대학 교수 인사제도와 유사하게 교원의 ‘직급’과 ‘직책’을 분리시켜(이왕이면 교권의 행정 직급도 올리고) 핀란드처럼 관리직 및 전문직을 ‘보직제’로 ‘심사 공모’하여 임용하고 관리자들도 일정량의 수업을 하도록 하며 임기가 끝나면 교사로 돌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승급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교사의 직급을 ‘다단계화’하여 행정 직급을 상향 조정하며 호봉체계를 ‘직급별 중다호봉제’로 개편하고, 어느 정도의 ‘연공서열’과 ‘경륜’을 인정해 주되, 직급 승진을 둘러싼 과열 경쟁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일정한 연한과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만 인정되면 누구나 ‘교육행정가 전문연수’를 받게 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이 승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속 승진’의 유혹을 물리치고 정도(正道)를 밟으며 오로지 학생들만 바라보고 교육 활동에 헌신하신 ‘참 스승’들이 존경도 받고, 최소한의 조건만 구비한다면 ‘교육행정가’로서 교육 행정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대는 진정 이룰 수 없는 꿈일까?

*인용 :
‘교육 비리의 온상, 장학사 제도 쇄신하자’(한겨레신문 사설, 2013. 2. 15)
‘교육 개혁, 교장부터 바꿔야 가능하다’(한겨레신문 독자투고, 남정권, 2013. 1. 9)
‘장학사가 뭐길래…교육전문직 개혁 서둘러라’(뉴시스 한재갑교육칼럼, 201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