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탄신 250주년의 해다.

다산 탄신 250주년에 맞춰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 이불재(耳佛齋)에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 작가가 ‘실학자 茶山’에 가려진 ‘인간 정약용’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다산의 사랑』을 펴냈다.(봄아필, 296쪽, 1만3,000원)

유네스코는 루소, 헤르만 헤세, 드비쉬 그리고 다산을 2012년의 기념 인물로 지정했다. 다산을 세계적인 기념 인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정약용은 매우 중요한 한국의 철학자로서 그의 업적과 사상은 한국 사회와 농업, 정치 구조의 현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하고 있다.

다산의 위대한 업적은 愛民사상으로 요약되는 실학의 집대성이다.〔경세유표(經世遺表)]와 [목민심서(牧民心書)] ·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500권이 넘는 그의 방대한 저작에서 엿보이는 정치관은 기본적으로 애민(愛民) · 민본(民本)이었다. 정약용은 왕정시대에도 주민 자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원한 인물이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이었지만, 소박하게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한 인물이었지 않았을까 한다.

다산은 조선에 왕조적 질서를 확립하고 유교적 사회에서 중시해 오던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념을 구현함으로써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이상적 상황을 도출해 내고자 하였다. 21세기 들어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개인의 행복과 복지 문제를 이미 200년 전에 깊이 고민했던 그의 혜안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면 다산이 이처럼 조선 후기의 실학을 집대성하고, 평생토록 애민 사상의 실천을 주창해온 근거는 어디서 마련된 것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바로 전라도 화순 땅에서 이뤄졌다.

다산은 정조 1년 (1777년) 16세 때 아버지 정재원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하자 신혼 생활을 접고 화순으로 내려와 살았다. 17세 때는 화순의 명소인 물염정과 서석산(무등산) 등을 유람하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또한 화순 출신 고승이자 혜장의 스승인 연담 유일선사를 만나 감회를 받았으며, 둘째 형 정약전과 함께 만연사 옆 동림사(東林寺)로 들어가 두문불출 독서에 전념했다. 다산은 주로 『맹자(孟子)』를 외웠으며 이때의 독서가 훗날 500권의 저술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다산은 청년기를 보낸 화순에서의 독서가 자신의 학문 길에 있어서 초석이 되었음을 남기고자 『동림사 독서기』를 지었다.

정찬주 작가는 “다산의 학문적 업적을 알리고자 이 소설을 쓴 것은 절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가 알고 싶어 하고 궁금했던 것은 바로 ‘실학자 다산’에 가려진 ‘인간 정약용’의 사랑 이야기였다는 것. 몇 년 동안 취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산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화순으로 내려와 만연사 옆 동림사에 기거하며 엄청난 독서를 통해 학문적 기초를 닦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정 작가는 “화순에서 작품 활동을 한 지도 10여 년이 넘었다”며 “화순에 살고 있는 작가로서 다산이 화순에서 학문적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 착안, 기존의 연구와 논문에서 밝히지 못한 ‘인간 정약용’의 새로운 모습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고난의 유배지 강진에서 18년을 보낸 다산은 자신의 실학을 집대성한 『목민심서』등 주옥같은 저술을 남겼으며, 아리땁고 헌신적인 남당포의 여인을 소실로 맞아 늦둥이 딸 홍임이의 재롱에 유배생활의 외로움을 잊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이 소설을 홍임 모(母)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집필했다”며 “이 소설이 홍임 모를 위한 맑은 차 한 잔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밝혔다.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다가 급기야 권신들의 모함과 시기로 오랜 유배생활을 하게 된 와중 속에서도 큰아들 학연과 나눈 父子의 정, 제자들을 기르며 기 백권의 저술을 펴낸 선비의 정열, 그리고 한없이 백성을 사랑하는 개혁가의 고뇌…

회갑을 맞이해서는 「자찬묘지명」을 지어 생애를 진솔하게 정리하였으며, 유배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온 뒤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생의 막바지엔 병든 아내 풍산 홍씨를 뒤늦게나마 애틋하게 보살피며 여유당을 지킨 다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약용이 사랑한 것들이다.

정 작가는 끝으로 “다산이 화순 만연사에서 엄청난 독서를 통해 왕도정치의 이상적인 정치행태를 꿈꿨다는 사실은 화순군민들이 대단한 자부심으로 삼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이 같은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고 화순의 자산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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