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항일운동가로서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염원하는 시를 쓴 이육사는 1904년 4월 4일생으로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여 1944년 1월16일 새벽 41세의 짧은 아쉬운 나이로 베이징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1년 반반 더 살아 있었더라면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볼 수 있었을 터인데 중국 베이징감옥에서 타계한 행동하는 문학인 참다운 지조의 선비 지성인 시인이자 나라를 걱정하며 일본의 식민지 강탈에서 저항적인 독립운동가로 일생을 바친 분을 내 고장 이달의 문화 인물로 선정해 보았다.

이육사는 본관은 진보(眞寶), 본명은 원록(源祿), 자는 태경(台卿), 이명은 원삼(源三)이었으나 뒤에 활(活)로 바꾸었다. 아호인 육사는 대구형무소 수감번호 2649(이육사)에서 따온 것이다.

이황(李滉)의 14대손으로 아버지 가호(家鎬)와 어머니 허길(許吉) 사이의 5형제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예안 보문의숙에서 신학문을 배웠고 대구 교남학교에 잠시 다녔다. 1921년 안 일양과 결혼한 뒤 1925년 형 원기(源琪), 동생 원유(源裕)와 함께 항일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했으며, 그해 10월경 의열단의 임무를 받고 베이징으로 건너갔다.

1927년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잠깐 국내에 들어왔다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이후 10여 차례 투옥되었다. 1929년 출옥하자마자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학 사회학과에 적을 두고 만주와 중국을 돌아다니며 독립투쟁을 벌였다. 1933년 귀국해 신조선사 등의 언론기관에 근무하면서 '육사'라는 필명으로 시를 발표했으며, 1937년에는 신석초·윤곤강·김광균 등과 시동인지 〈자오선〉을 펴냈다.

<자오선>은 1937년 11월10일 창간되자마자 종간된 동인지로 박재륜·서정주·김광균·이육사·신석초·이상·이병각·함형수등이 참여했다. 시에 오장환의〈황무지〉이육사의〈노정기 路程記〉서정주의〈입맞춤〉등 33수와 책 끝에 이성범이 번역한 루이스의 <시에 대한 희망〉이 실렸었다.

1941년에는 폐결핵으로 한동안 요양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였다. 하지만 1943년 4월 서울에서 검거되어 베이징으로 압송, 일제 말기 대부분의 문인들이 변절하여 친일행위를 한 반면 그는 끝까지 민족적인 신념을 가지고 일제에 저항하다 이듬해 건강이 악화되어 베이징 감옥에서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되었다.

유해는 고향인 낙동강변에 안장되었고 1964년 경상북도 안동에 시비가 세워졌다. 이육사 선생의 100주년 기념행사로 안동 도산서원에서 약 20여분 거리 ‘이육사 문학 기념관’이 세워졌다. 이육사 선생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같이 전하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암흑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이육사의 문학세계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육사 문학 기념관이다.

이육사 문학 기념관에는 기름진 옥(沃)에 아닐비(非), 욕심이 없으라는 뜻으로 이육사 선생이 딸에게 남겨준 유일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이육사 선생의 친딸을 만날 수 있다. 37세에 딸을 낳으신 이육사 선생은 딸의 이름을 직접 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백일 때 지어준 이름으로 인도의 간디처럼 욕심이 없이 살라는 뜻이다. 우리의 선각자들은 공과 사를 분명히 했다. 국가가 먼저이고 가정은 그 나중이다. 그분들의 정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