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특출한 전문직을 가진 엄마도 전업 엄마들 사이에선 열등생이나 다름없다고들 한다. 애틋한 아이 눈빛 앞에서도 직장 다니는 엄마는 죄책감에 마음 아프기 십상. 게다가 성적이 나쁘면 제대로 돌보지 못한 엄마 탓은 아닐까, 사표를 들고 갈등하는 위기에도 처한다.

맞벌이 엄마의 장점이라면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알기에 자녀에게 대처하는 능력도 더 유연성이 있다는 점. 경제적인 면에서도 약간 유리하다. 반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는 정보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걸린다. 때문에 장점을 살리되 단점은 최소한으로 보완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키워줘야 서로가 편해요
여태껏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해온 것은 자립심이다. 엄마가 붙어 앉아 있을 처지가 못 되니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한 것.
“어릴 때부터 장난감도, 학원에서 배울 과목도 직접 선택하도록 했어요. 최종 결정이야 엄마가 돕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고, 하나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직장 엄마들은 시시콜콜 간섭할 수 없으니 문제 해결 능력과 자립심을 키우는 데는 오히려 유리하다. 사회에 맞닥뜨려 살다 보니 사회성과 리더십만큼 중요한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전업 엄마보다 아이한테 요구하는 게 더 많다.
“전업맘들이 아이에게 성적만 요구하는 반면 직장맘들은 성적은 기본, 훗날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까지 주문하게 되요. 엄마가 매일 옆에서 잔소리 안하는 건 좋지만 요구사항이 많은 게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게 단지 내 자식만을 위한 이기심은 아니다. 왜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 엄마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이거다.
“명문대 나왔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 확률은 높아져요. 똑똑한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되면 회사도 발전하고, 또 그 직원과 가족들까지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Knowhow 1 맞벌이 엄마가 공부 돌봐주는 왕도

# 학원 정보에 연연하지 말라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는 동네에서 일급 정보요원이다. 어떻게 해서든 학원이며 학습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접근하는 엄마들. 맞벌이 주부들은 그런 정보에 어두워 그 학원에 못 보내면 성적이 안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한다. 하지만 이씨는 남들이 지닌 고급 정보 빼내기에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유명 학원이나 유명 강사 강의에 무조건 아이만 넣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절대 아님을 경험해서다.
“어떤 학원이든 아이가 상위 10퍼센트 이내에 합류되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요. 전교 1등부터 5등까지 모인다는 학원에 보내기만 하면 뭐해요, 아이가 따라가지를 못하는데. 오히려 그 고급정보 때문에 아이를 망칠 수도 있어요.”
비싼 학원이 효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본전을 생각해 그 학원 과제만큼은 정성껏 도와주는 엄마 덕택이란 논리다.

# 아이 성적과 성향에 맞는 학원을 택하라
학원 보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정확한 성적 수준이다. 아이의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상위권 이상이면서 도전적인 학생이라면 유명 학원에 보내 경쟁시키는 게 동기유발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위권이라도 경쟁심이 덜하고 본인이 원한다면 집 주변 학원도 괜찮다. 그러나 한 학원을 너무 오래 다니는 건 고려해봐야 한다.
“3년 간 한 군데 수학 학원만 다닌 제 아들은 가장 잘하던 수학 점수가 고 3때 떨어졌어요. 익숙해져서 오히려 아이의 취약점을 모르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아이의 학습 발달 정도에 따라 적시적소에 학원을 옮겨주는 정도는 맞벌이 엄마도 할 수 있다. 공부도 결단이 필요하다.

# 포기할 부분과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
부모 욕심대로 아이가 따라와 주는 건 아니다. 안 되는 부분은 일단 접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는 가능성 보이는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분야는 보완해가는 식으로 해야 한다. 학원 일정에 끌려 다니면 결국 지쳐서 포기해버리기 쉽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고 3이라도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열심히 따라다니던 엄마들이 고학년만 되도 ‘시켜봤자 소용없다’는 무용론에 빠져든다. 공부는 장기전인데 초반에 너무 속력을 내면 후반에 지쳐서 제대로 뛰질 못한다. 아이가 흡수하고 소화하는 정도를 봐가면서 시켜야 한다. 시험이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고, 올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한 해 늦게 가면 되는 것이다.

# 성실함이 몸에 배게 하라
아무 생각 없이 학원만 많이 보내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학원 개수로 공부의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눈앞의 5점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 이씨는 “명문대 입학의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성실함”이라며 “아직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주력하라”고 말한다. 이 습관은 아이가 커서도 좋은 자산이 된다.
“무조건 학교 숙제를 제일 먼저 하고 다른 일을 하도록 시켰어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숙제를 하기만 하면 잘했다고 칭찬했죠.”


Knowhow 2 맞벌이 엄마의 마인드 컨트롤 요령

# 직장맘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전업주부가 모두 1등 주부가 아니다. 전업맘이어야 아이 성적이 올라가고 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말자. 오히려 전업주부가 된 후 우울증을 앓는 수도 있다. 구체적이고 확고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면 30대에는 직장생활을 좀 더 하라고 권하고 싶다. 끝이 보이는 곳까지는 가봐야 후회가 적다.
맞벌이 주부들을 두렵게 하는 교육 정보란 것도 따지고 보면 특별한 게 없다. 학기 초에 바짝 긴장해 적응시키고, 방학 전 시간표를 짜서 부족한 부분에 매진하면 된다. 입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가사도우미에게 의지할 건 하고,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 자녀와 지내는 시간을 돈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아까워하면 안 된다.

# 엄마들 앞에서는 저자세를 유지해야
전업주부들이 직장 엄마를 왕따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직장 일 하느라 학교에 신경 못 써서 정말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저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학교 일엔 전업주부가 고수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 그리고 자기 업무와 연관 지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서 돕겠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 엄마의 책임이란 죄의식을 벗어던져라
아이와 같이 있지 못하는 안쓰러움을 경제적 자유로 보상해주면 안 된다. 엄마가 회사 일, 집안일을 하면서 고생하는 것을 아이가 조금이라도 알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우리 엄마는 다른 엄마와 달리 회사 일을 하기에 어느 정도의 고통 분담을 해야 된다’고 느끼게 하라.

# 학교 정보에 어둡다면 명분 만들어 접근
맞벌이 주부라고 같이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엄마가 따라다녀야 하는 초등학교 때나 먹힐 이야기고 중고교생쯤 되면 그렇지 않다. 적극성과 부지런함, 여기에 맞벌이라는 장점을 살려 약간의 경제적 부담을 지원한다면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안 나가는 대신 기회만 되면 찻값이나 빵 값 정도 낼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 물론 같이 있는 엄마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생각지 않은 성과급이 나왔다든가 하는 명분을 만들어서 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