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49세) 동복농업인상담소장은 1979년 2월 생활지도사 사을 공채(지금의 7급 공채)를 통해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완도, 여천 등지에서 근무하던 그녀가 결혼을 계기로 화순군농업기술센터에 발을 디딘 때가 1990년. 그녀는 지난달 말까지 17년간 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지도사로 근무하면서 생활개선회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옥선 소장하면 화순군 생활개선회를 연상할 정도로 둘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다. 그녀가 처음 화순에 왔을 때 화순군생활개선회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흔히 생활개선회를 봉사단체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활개선회는 농촌에서의 생활을 보다 탄력있고 유익하게 만드는 각종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학습단체’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지도사의 지도를 받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생활개선회가 배움을 중단하거나 생활지도사가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그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옥선 동복농업인상담소장.

생활개선계 담당(계장)인 그녀는 생활개선회원들이 농촌에서 자리를 잡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을 해야 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 회원들이 없었다. 그녀는 회원확보를 위해 관내 농업경영인 후계자들의 부인들을 공략했다. 당시는 손전화도 보급되지 않았고 낮에는 전부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고 집에 없다보니 직원들과 밤마다 부인네들에게 전화를 했다.

끈질긴 전화 끝에 “하도 전화를 해서 귀찮아서 왔다”는 이들을 포함해 1년여만에 74명의 후계자 부인들로 군단위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이옥선 소장은 생활개선회가 후계자 부인들로 구성되다보니 다른 시군에 비해 회원들의 연령층이 젊어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회원들이 젊어 교육의 효과가 높은 반면 한번씩 교육을 할라치면 시어머니와 남편들의 눈치를 봐야했고 어린자녀들까지 챙겨 센터로 나와야 했던 것이다. 이옥선 소장은 그런 어려움 끝에 생활개선회는 현재 6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생활개선회를 통해 배운 재주와 기술로 각종 체험장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통해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회원들도 상당수 된다며 자랑한다.

이옥선 소장은 젊은 생활개선회 회원들이야 말로 화순의 또다른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당찬 여성, 농촌화순을 이끄는 여성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농촌에 살면서 이대로 농촌아낙네로 주저앉고 마는 것인가’ 생각하며 농촌에서의 삶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회원들이 교육을 통해 무언가 하나씩 배우면서 농촌에서 사는 삶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의 삶에 긍지를 갖는 모습을 통해 그녀는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생활지도사로서 17년간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내 의무다’라는 신조로 ‘생활지도사로서 농촌여성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농촌여성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일했다는 이옥선 소장.

그녀의 그런 노력 덕분에 초창기 회원이었던 박민자 고문은 올해 전라남도 생활개선회장직을 맡게 됐고 심은 향토음식연구회장은 파프리카를 이용한 삼색떡국 등을 개발 전국각지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공예강사로 유명한 문남옥씨나 ‘바보공방’의 이윤자씨,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천연염색상품을 판매하는 오현숙씨, 폐백음식의 김영희씨, 한복의 김영순씨 등도 생활개선회 활동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재주를 발견하고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서면 야사리의 뽕엿을 처음 만든 이도 민현숙 회원이다.

“여성농업인은 화순의 자원이다, 배워서 나쁠 건 없다, 언제 써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배울 수 있을 때 배워야 한다”는 말은 그녀가 회원들에게 늘상 강조하던 말이다. 그런 교육을 통해 각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농촌에서의 삶을 즐기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농촌을 지키면서 보람을 느끼며 사는 회원들을 통해 한없는 기쁨을 느낀다는 이옥선 소장.

항간에는 그녀가 생활개선회 업무만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녀는 생활개선회 지도뿐 아니라 농업인건강관리실 운영 등 살기 좋은 농촌환경을 만들기 위한 각종 사업과 농기계와 각종 농업기술교육, 여성소득사업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옥선 소장은 생활지도사들은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적기반을 만들고 농업인들이 농촌에서 자기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아끼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고 자신은 그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신한다. 또 농업이 어려울수록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아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금 그녀는 오랜 세월 함께해왔던 생활개선회와 농업기술센터를 뒤로하고 동복면농업인상담소로 자리를 옮겼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있었기에 아직은 낯설지만 그녀는 농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농업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