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칠월칠일을 칠석이라 한다. 2006년 칠석은 7월31일이다.
칠석은 전설과 함께 우리나라 세시풍속의 하나로 전해 내려왔고 현재는 종교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자들은 길쌈을 잘하게 해주라고 빌었고 남자들은 공부를 잘하게 해 달라고 비는 날이었다.
그리고 여름동안 못 말렸던 의류(衣類)나 책들을 말리는 날이기도 했다.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하늘나라 목동(牧童)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결혼한 뒤 놀고 먹으며 게으름을 피웠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살게 하고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살게 했다.

그래서 이 두 부부는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그리워하며 애태우면서 지내야 했다.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까마귀와 까치 들이 해마다 한번 7월7일 (칠석날)에 이들을 만나게 해 주려고 몸과 몸을 합쳐 다리를 만들었다. 이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부른다.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 칠석날에 오작교를 건너 서로 그리던 님을 만난다.

그래서 칠석날 세상에는 까치와 까마귀가 한 마리도 없다고 전한다.
어쩌다 보이는 것은 병이 들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

까마귀와 까치가 칠석날 이후에 머리가 벗겨진 것은 다리를 만들면서 털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칠석 전날에는 부슬비가 내리는 일이 많다.
이것도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먼지 앉은 수레를 씻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레를 씻는 물이 인간 세상에 비로 내린다고 해서 이 비를 즉 '세차우‘ (洗車雨 ; 수레 씻는 비)라고 한다.

그리고 칠석날 저녁에 내린 비는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여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해서 이 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해서 '쇄루우‘ (灑淚雨; 눈물 흘리는 비)라고도 한다.

민속학자들은 이 전설은 7월 7일 저녁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졌던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자연적인 현상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견우성(牽牛星)은 천문학상의 명칭으로 독수리별자리[鷲星座]의 알타이어(Altair)별로 은하수의 동쪽에 있고, 직녀성(織女星)은 거문고별자리[琴星座]의 베가(Wega)별로 은하수의 서쪽에 있다.

그런데 이 두 별은 칠석 때가 되면 천장 부근에서 보게 되므로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칠석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날로 인식되고 있다.
별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도교의 북두칠성(北斗七星) 신화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칠성신앙(七星信仰)이다.
(전설적으로는 남두칠성과 북두칠성이 있다고 한다.)

칠성신앙은 도교와 관계가 있지만 무속에서도 칠성신과 칠성원군을 모신다.

칠성신앙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 민족은 예전부터 인간의 생명은 삼신께서 주시지만, 인간의 수명장수와 길흉화복은 칠성님이 관장하신다고 믿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칠성님을 믿고 있으며 무속에서는 제일 큰 신으로 받들며 굿거리 중 칠성거리를 제일 큰 거리로 여기고 있다.

칠성신앙은 민간신앙에서 뿐만 아니라 불교신앙에도 접목되었다.
많은 사찰에 칠성각이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절에 있는 칠성각은 도교의 북두칠성을 모신 전각이 아니다.

불교의 칠성신앙은 도교의 북두칠성 신앙과 접목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단순한 북두칠성을 모신 것이 아니라 여래(如來)의 증명을 거친 7여래(七如來)가 화현으로 나타난 칠성인 이다.

사찰의 칠성각에 모셔져 있는 탱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가 주불(主佛)이며 일광(日光)보살과 월광(月光)보살이 좌우보처(左右補處)이다. 그리고 주위의 일곱 여래와 기타 권속이 함께 있다.

칠성단 의식(七星壇儀式)의 청사(請詞)에서도 "북두 제1성은 자손에게 만 가지 덕을 주고,
제2성은 장애와 재난을 없애주고, 제3성은 업장(業障)을 소멸해주고, 제4성은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고, 제5성은 백가지 장애를 없애주고, 제6성은 복덕을 고루 갖추게 해주고. 제7성은 수명을 길게 해준다" 고 나와 있다.

때문에 사찰에서 행하는 칠석법회는 국가의 안녕과 평온을 기원하면서 자손의 번영과 자신의 업장소멸 등을 위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칠성신앙과 칠성각에 대해서는 원래는 불교와 관련 없는 외래신앙(外來信仰)에서 접목된 것이기 때문에 기복 불교(祈福佛敎)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교는 지금까지 각 나라의 민족 신앙을 포용하면서 그 나라 문화와 어울려 변모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래서 크게 생각하면 방편(方便)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방편(方便)은 부처님의 근본(根本)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칠석날을 우리나라 “발렌타인 데이” 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전설적 의미가 있는 날이어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