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생활을 마치고 되돌아 볼 줄 아는 삶은 진정 지혜로운 삶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짧은 하루의 생활이라 해도 희비가 교차되는 수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다.

아침 출근길에 학원비 문제로 딸년이 기분을 상하게 한 일, 우중충한 마음으로 출근하자마자 안경 너머 찌푸린 상호로 늦었다고 흘겨본 교장선생님과의 첫 만남,

‘에끼 ․․․ ․․․에 미끄러져 되질 놈’을 되새기면서 찢겨진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서자 난장판이 다된 듯 고함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가 뿌연 먼지 속에 투영되어 굉음으로 요동치는 속에서 눈물바람, 콧물바람하고 있는 애들과의 만남, 억장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한 두 번째의 만남... ...

오늘 하루도 진즉 떡시루 엎었다고 생각하면서 잡친 기분에 교과서를 무겁게 펼치고 있을 때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모습은 너무너무 예뻐요. 마치 방금 내려 온 천사 같아요.”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온 몸속 가득히 녹아 스며드는 말, ‘하나님께서 못난 나에게도 긍휼을 베풀어 주시는구나’ 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려는 찰나.

메아리 되어 번지는 순이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가 싶더니, 가만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지 않는가.

청정제가 되어 잡친 기분을 쓸어내려 준 순이와의 세 번째 만남. ‘그렇다. 나에게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우리 학급 애들이 있다. 오늘 하루도 오직 저 애들만을 위하여 하루를 바치련다’고 다짐하면서 보냈던 하루 ... ...

어찌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만남이 있고 시시때때로 만감이 교차하는 길고 긴 시간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잘했던 일, 못했던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생활을 되돌아보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긍지를 느끼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얻도록 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료로 삼아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 갈 줄 아는 사람은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자님의 제자였던 증자는 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신), 爲人謀 而不忠乎(위인모 이불충호), 與朋友交 而不信乎(여붕우교 이불신호), 傳不習乎(전불습호)라 하여 매일 세 번씩 자기가 한 일을 반성하였다고 한다. 여기서는 앞의 두 가지 일에 대해서는 약하고 세 번째 있는 傳不習乎(전불습호)에 대해서만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말은 ‘미숙한 일을 가르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서 반성해본다는 뜻이다. 우리 교사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좋은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 교사들은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들이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부터 그날그날 가르친 내용과 방법, 그리고 열성에 대하여 반성해보고 고쳐나간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라고 생각해 볼 때 부끄럽기 그지없다.

확실히 알고 있지도 못한 내용을 확실한 진리라고 큰 소리로 가르치고도 다시 확인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어쩌다 잘못 가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바르게 정정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갖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버리고 말았던 수치스러웠던 일,

잘못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가르쳐야 할 내용에 대하여 사전 교재 연구를 철저히 하고 수업에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사느라 전혀 교재연구도 하지 않는 상태로 수업에 임하였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증자의 이야기를 생각지 않고서라도 반성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내 자신의 지난날들이 나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정년이 내일 모레인 지금도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되어 자업자득으로 치부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겠는가마는 우리 선생님들과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도 나와 같은 무지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고자 눈 있는 자는 읽고, 머리 있는 자는 생각하시라고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살아오셨는가요? 또 앞으로 어떤 자세로 교직에 임하실 생각이신가요?

세상에 존경받고, 성공한 삶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겠지요.

선생님의 교직 성장을 위하여, 사랑하는 제자들의 성공된 삶을 위하여 확실한 진리를 당당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교사들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래서 제자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존경받고, 나날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희망찬 미래를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

2006. 7
화순제일초등학교장 김 영 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