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어느 정원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동백이 붉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다.
동백은 자라는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11월에 꽃망울을 맺기 시작해 다음해 4월까지 꽃을 피운다.
그런데 올해는 꽃망울을 맺는 시기에 꽃을 피운 것이다.
대부분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흩 날린다.
그런데 동백꽃은 ‘통꽃’이어서 송이 채 떨어진다.

누군가 일부러 꺽어 놓은 듯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붉은 꽃 송이가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떨어진 동백꽃은 보는 이를 더욱 애닯게 만드는지 모른다.
동백꽃에는 애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포악한 임금이 있었다.
그에게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동생의 아들을 양자로 맞아, 세자로 삼았다.
언젠가 왕의 자리를 물려 줘야했다.
그러나 포악한 왕은 아무에게도 왕의 자리를 물려 주고 싶지 않앗다. 영원히 혼자 왕 노릇을 하고 싶었다.
궁리 끝에 세자인 동생의 아들을 죽이려 했다.
동생은 이 사실을 알고, 두 아들을 딴곳에 몰래 숨겨두었다.
그러나 포악한 왕은 동생이 아들을 몰래 숨겨 둔 사실을 알고 동생의 두 아들을 찾아 냈다.
그리고는 동생의 손에 칼을 쥐어 주며 두 아들을 죽이도록 명령했다.
칼을 받아든 동생은 차마 자기 아들을 죽일 수 없어서, 그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동생이 죽자 두 왕자들은 두 마리 새로 변해 하늘로 날아갔고, 그 날개 소리가 점점 커져 천둥 소리로 변하더니,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궁궐은 쑥대밭이 되고 포악한 왕도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리고 동생은 큰 동백나무로 변했다.
두 왕자가 변해 하늘로 날아간 두 마리 새는 다시 내려와 동백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이 새가 바로 동박새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