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시아버님이 돌아가신지 꼭 열흘째 되는 날입니다.
젊은 시절 광업소에서 광부로 일하시던 아버님은 3년전 진폐로 판정받아 병원에 입원해 계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농사일을 하지도, 작은 짐을 들지는 못하셔도 거동을 하시거나 식사하시는데는 불편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지난 해 봄부터 밥알을 삼키지 못하시고 어머님이 손수 끓여주시는 깨죽이며 잣죽만 드셨습니다.
그래도 거동도 하시고 젊은 시절의 괄괄하던(어머님 표현대로라면) 성격도 여전히 남아 있으셔서 오래도록 우리 곁에 계실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가을 , 아버님은 병원 복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시곤 정말 많이 아파하셨습니다.
엉치뼈가 아파 반듯하게 누워계시지도 못하시고 계속 하혈을 하시며 정말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잘 드시던 죽도 드시지 않으시고 움직이기도 싫어하시며 자리에만 가만히 누워계시려 하셨습니다.
올 봄부터는 그나마 죽조차도 못 드시고 병원에서 맞는 영양주사와 포도당으로 근근히 버티셨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큰아주버님이 중국 조선족 아가씨와 약혼을 했기에 그가 오기만 기다리며, 큰 며느리 얼굴 한번 보려 아버님은 근근히 버티시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이란게 그리 쉬운가요.
복잡한 서류가 오가길 여러번 했지만 형님되실분은 쉽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끝내 기다리던 며느리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갑자기 먼 나라로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떠나시기 전날, 토요일 오후내내 어머님은 아버님이 이상하다며 우리에게 전화를 하셨답니다.
그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광주로 비엔날레 에코메트로를 보러 갔었습니다.
4시 30분경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님은 4시까지 전화를 하시다 어디 갔나보다며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으셨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보면 되겠거니 하셨답니다.
일요일 새벽 2시쯤 아버님은 간호하시던 아주버님께 저희를 불러달라며, 자식들 얼굴이 보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하지만 아주버님은 자고나서 내일아침에나 보자며 그냥 지나치셨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쯤,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남기지 않으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지요.
아버님이 떠나신 빈 자리보다 그날 아버님이 찾으실때 그 자리에 있지 못한것이 너무 민망하고 죄스러워 자꾸만 마음이 아픕니다.
하필 왜 그날 집에 없었는지, 아버님이 가시기전날 병원에 들르지 않았는지 너무 화가나고 죄송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아버님을 뵈었기에 일요일 아침 병원에 들러 아버님을 뵙고 시댁에가 농사일 좀 거들고 나오면 되려니 했는데 그게 아버님과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가면 ""왔냐?""하며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겨주실 것만 같습니다.
세상 모든게 그대로인데, 아버님과 같이 병원에 계시던 분들도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신데 저희 아버님만 계시지 않습니다.
마지막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하고, 가시기전에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보여드리지 못하고 아버님을 떠나보내 마음이 아픕니다.
죄스럽고 민망한 마음을 아버님도 알아주실까요?